AMEC 식각장비를 시험한 삼성 SK하이닉스와 중국산 싸구려 통념을 깨는 중국 반도체 장비 분석

중국산은 싸구려??…’삼성·하이닉스’가 시험한 중국 장비 AMEC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반도체 장비사 AMEC(중미반도체)의 식각장비를 중국 공장 투입 가능성을 놓고 평가해왔다는 로이터통신 단독 보도가 8월 5일 나왔다. 소식통에 따르면 테스트는 약 2년 전, 미국이 자국 장비의 중국 반입을 계속 허용할지 불확실성이 커지던 시점에 시작됐다. 삼성전자는 “중국 공장용으로 AMEC 장비를 테스트한 적도, 검토한 적도 없다”고 부인했고 SK하이닉스는 논평을 거절했다.

진위 공방보다 중요한 것은 이 보도가 던진 질문이다. ‘중국 장비는 아직 멀었다’는 통념이 사실이라면, 세계 메모리 1·2위가 시험대에 올릴 이유조차 없었을 것이다. 그 착각이 언제부터, 어디까지 무너졌는지가 이 기사의 본론이다.

왜 지금인가 — 동맹국에게도 미국이 ‘리스크’가 된 순간

배경에는 미국 수출통제의 반전 드라마가 있다. 미 상무부는 2023년 삼성·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을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로 지정해 개별 허가 없이 미국 장비를 들여올 수 있게 했다. 그러나 2025년 이 지위를 취소했고, 이후 연 단위 라이선스로 전환했다. 1년짜리 허가로 조 단위 생산라인을 운영하라는 뜻이다.

더 큰 불안은 다음 단계다. 규제가 신규 장비를 넘어 이미 설치된 서양 장비의 유지보수·수리·부품 교체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다. 삼성 시안 낸드 공장, SK하이닉스 다롄 낸드·우시 D램 공장은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와 램리서치의 식각장비에 크게 의존한다. 서비스가 끊기는 순간 라인이 멈춘다. 소식통들이 전한 테스트의 목적도 증설이 아니라 기존 라인의 유지·업그레이드용 예비 옵션 확보였다.

이 대목이 이번 보도의 구조적 의미다. 미국 수출통제가 중국만이 아니라 동맹국 기업에게도 ‘관리해야 할 리스크’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것. 그리고 그 헤지 수단이 하필 중국 장비라는 역설이다.

AMEC — ‘싸구려’라는 착각이 틀린 이유

AMEC은 낯선 이름이지만 이력은 만만치 않다. 2004년 실리콘밸리 엔지니어 출신 인즈야오 박사가 설립한 상하이 기업으로, 램리서치·도쿄일렉트론이 주도하는 최첨단 식각 시장을 정면으로 공략해왔다. 지난해 매출의 27%에 달하는 24억5000만위안을 연구개발에 쏟았다. 결정적인 레퍼런스는 따로 있다. 유전체 식각에 강한 CCP 장비를 앞세워 TSMC의 5나노 라인에 진입했을 만큼, 특정 분야에서는 중국 1위 나우라보다 앞선 기술력을 보여줬다. 세계 최고 파운드리의 선단 공정이 채택한 장비라면 ‘싸구려’라는 딱지는 이미 유효기간이 지났다. G-NewsHankyung

안방 장악력도 확인된다. AMEC은 중국 식각장비 시장의 60~75%가량을 점유하고 있으며, 2022년 말 제품별 0~20%였던 점유율을 단기간에 끌어올렸다. 중국 최대 낸드 기업 YMTC가 이미 AMEC 장비를 쓰고 있다는 점도 한국 기업들이 “일부 시스템은 테스트할 만큼 성숙했다”고 판단한 근거로 전해진다. Qyresearch

물론 ‘싸다’는 것 자체는 사실이다. 테크인사이츠에 따르면 중국 장비는 동급 외국 장비보다 20~30% 저렴하다. 착각은 가격이 아니라 그 가격의 의미에 있다. 성능이 근접해지는 구간에서 30% 싼 장비는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대안’이 아니라 ‘검토해야 할 옵션’이 된다. 싸구려의 가격에 정품의 성능이 따라붙기 시작한 것 — 이것이 이번 보도가 확인해준 변화다.

균열의 규모 — 자급률 5%에서 35%로, 5년 만에

이번 보도를 일회성 해프닝이 아니라 추세의 한 장면으로 읽어야 하는 이유는 숫자에 있다. 모건스탠리 집계로 중국 반도체 장비 내재화율은 2020년 5%에서 2025년 21%로 네 배 이상 뛰었고, 지난해 말 기준 35% 수준까지 올라섰다. 중국은 15차 5개년 계획(2026~2030년)에서 이를 2030년까지 7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못 박았다. G-NewsThelec

기업 단위로도 체급이 달라졌다. 중국 1위 나우라는 지난해 매출 298억위안(약 5조7000억원)으로 세계 반도체 장비 6위에 올라섰고, 식각·증착·열처리·세정 등 전 공정 장비를 국산화하며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등이 장악해온 이온 주입기 시장 진출까지 선언했다. 도이체방크는 나우라·AMEC·파이오텍·ACM리서치가 올해 각각 10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280억 달러 규모 중국 웨이퍼 장비 시장의 25~30%를 가져갈 것으로 추정했다. 노광·계측을 빼면 중국 업체 점유율은 40%에 육박한다. G-NewsG-News

기존 과점 구조가 흔들리는 소리다.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램리서치·도쿄일렉트론은 여전히 세계 장비 시장의 50% 이상을 쥐고 있지만, 그 성채의 안마당인 중국에서부터 잠식이 시작됐다.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의 중국 매출은 2025 회계연도 85억3000만 달러로 전체의 30%다. 미국 규제가 중국 시장을 잃게 하고, 그 공백에서 중국 장비사가 크는 순환 — 워싱턴이 의도하지 않은 부메랑이다. Hankyung

남은 벽, 그리고 진짜 관전 포인트

물론 균열이 곧 붕괴는 아니다. 3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에서 중국 장비는 선두권과 5년 이상의 기술 격차가 있다는 평가이고, EUV 노광은 여전히 ASML의 독점 영역이다. AMEC이 삼성·SK하이닉스의 승인을 따내더라도 긴 검증 절차, 얇은 서비스망, 지식재산권 우려, 그리고 워싱턴의 정치적 압박이라는 관문이 남는다. 보안·IP 리스크 때문에 한국 내 공장에 중국 장비가 들어갈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는 게 로이터의 진단이기도 하다. Hankyung

그래서 진짜 관전 포인트는 도입 여부가 아니라 ‘검증’ 그 자체다. 세계 메모리 1·2위가 테스트했다는 사실만으로 AMEC은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보증서를 손에 쥐게 된다. 미국 규제가 조여질수록 비미국 장비의 검증 수요는 늘고, 검증이 쌓일수록 중국 장비를 향한 착각의 유효기간은 짧아진다. 앞서 다룬 광트랜시버가 ‘중국산을 걷어내는 미국’의 이야기였다면, 이번 보도는 ‘미국산에서 벗어나려는 동맹국’의 이야기다. 반도체 공급망의 양쪽 끝에서, 탈동조화는 서로를 가속하고 있다.

본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투자의 최종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중국 반도체 장비 자급률 2020년 5%에서 2030년 목표 70%까지 상승 추이 인포그래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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