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통장이 없어도, 가점이 낮아도 신청할 수 있는 물량이 서울 송파구에 나왔다. 공급가격은 10억1255만원, 같은 단지 같은 평형의 최근 실거래가는 21억원이다. 왜 이런 가격이 가능한지, 그리고 이 가격에는 어떤 조건이 붙는지 따져봤다.
무순위 청약이란 무엇인가
무순위 청약은 일반공급 절차가 끝난 뒤 남거나 취소된 주택을 순위 구분 없이 다시 공급하는 방식이다. 시장에서는 ‘줍줍’으로 불린다. 청약 순위나 가점을 따지지 않고 추첨으로 당첨자를 정하기 때문에 가점이 낮은 수요자에게도 기회가 열린다.
무순위 청약은 성격에 따라 갈린다. 미분양·미계약분이 남아 다시 푸는 경우가 하나, 계약이 취소된 주택을 사업주체가 되사서 재공급하는 경우가 다른 하나다. 이번 송파 물량은 후자, 즉 계약취소주택에 해당한다. 불법전매나 공급질서 교란 행위로 계약이 취소된 주택을 사업주체가 취득해 다시 내놓는 물량이다.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가격 산정 방식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10억 차익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송파구 거여동 ‘송파 시그니처 롯데캐슬’은 불법행위 재공급 1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을 오는 18일 진행한다. 당첨자 발표는 21일, 서류접수와 계약은 24~28일이다.
대상은 105동 29층 2904호, 전용면적 84㎡C형 1가구다. 공급가격은 9억4085만원. 2019년 최초 분양 당시 전용 84㎡가 8억3500만~8억9700만원에 공급됐으니, 6년이 지났음에도 인상 폭은 5000만~1억원 수준에 그친다. 주택 유지비와 관리비, 재분양 비용이 반영된 결과다.
여기에 옵션 비용 7170만원이 더해진다. 수입 원목마루, 안방·침실 붙박이장, 프리미엄 키친, 시스템 에어컨이 이미 시공된 상태라 옵션을 빼거나 바꿀 수 없다. 공고문상 총액은 10억1255만원이다.
시세와의 격차는 여기서 벌어진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기준 같은 단지 전용 84㎡는 지난달 16일 21억원(14층)에 거래됐다. 단순 비교로 10억원 이상의 차이다.
핵심은 이 차익이 시장의 저평가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계약취소주택의 공급가격이 최초 분양가를 기준으로 재산정되기 때문에 생기는 제도적 격차다. 그 사이 서울 아파트값이 얼마나 올랐든 가격표는 2019년에 멈춰 있다. 차익의 크기는 곧 그 기간의 상승분이며, 이는 시장 판단의 결과가 아니라 계산의 결과다.

확인할 것 ① 무순위 청약 조건 — 문턱은 낮다
이번 무순위 청약의 신청 자격은 단순하다.
- 청약통장 불필요 — 가입 기간, 납입 횟수, 예치금 모두 따지지 않는다
- 모집공고일(8월 10일) 기준 서울 거주 — 거주지 요건이 적용된다
- 무주택 세대주 — 세대원 전원이 주택을 소유하지 않아야 한다
- 추첨 방식 — 경쟁자가 여럿이면 가점이 아닌 무작위 추첨으로 선정
1주택자는 대상이 아니다. 무주택 세대주 요건은 세대주 본인만이 아니라 세대 구성원 전체를 기준으로 판단하므로, 세대 분리 여부와 등본상 구성을 미리 확인해야 한다.
전매제한은 이미 종료됐다. 최초 당첨자 발표일인 2019년 9월 17일부터 3년간 적용됐기 때문이다. 반면 거주의무기간 3년은 그대로 살아 있다.
확인할 것 ② 당첨 후 불이익 — 포기해도 이력은 남는다
문턱이 낮은 만큼 당첨 이후의 제약은 무겁다. 송파구는 투기과열지구이자 청약과열지역이기 때문이다.
첫째, 재당첨 제한 10년. 이번 무순위 청약 당첨자는 10년간 재당첨이 제한된다. 사실상 다음 청약 기회를 10년 뒤로 미루는 셈이다.
둘째, 1순위 청약 제한 5년. 당첨자와 세대원은 당첨자 발표일로부터 5년간 투기과열지구·청약과열지역에서 공급되는 주택의 1순위 청약이 제한된다. 본인만이 아니라 세대원 전체에 걸린다는 점이 실질적 부담이다.
셋째, 계약을 포기해도 당첨 이력은 남는다. 당첨자로 선정되면 계약 체결 여부와 관계없이 당첨자로 관리된다. 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계약을 포기하더라도 재당첨 제한과 1순위 제한은 그대로 적용된다는 뜻이다. “일단 넣어보고 안 되면 포기하면 된다”는 접근이 성립하지 않는 구조다.
이 세 가지를 합치면 무순위 청약의 실제 성격이 드러난다. 청약통장을 쓰지 않는 대신 향후 10년치 청약 기회를 담보로 잡히는 거래다. 차익 10억원은 그 대가를 지불하고 얻는 값이지, 공짜로 주어지는 값이 아니다.
확인할 것 ③ 자금 조달 — 일주일 안에 3억
제도적 제약을 넘어서도 현금이 남는다. 계약 시점에 공급가격의 30%인 2억8225만5000원을 납부해야 한다. 옵션 계약금까지 더하면 초기 소요 자금은 3억원을 넘어선다. 잔금은 입주지정기간에 지급해야 한다.
문제는 시점이다. 당첨자 발표가 21일, 계약이 24~28일이다. 발표부터 계약까지 실질적으로 일주일도 되지 않는다. 이 기간 안에 초기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앞서 언급한 대로 계약을 포기하고도 당첨 이력만 남는 최악의 조합이 된다.
대출 규제 강화 국면에서 이 부분은 더 까다로워졌다.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 한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여부, 기존 대출과의 합산 등을 신청 전에 확인해야 한다. 무순위 청약 관련 검색에서 ‘대출’이 상위에 올라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당첨 확률보다 자금 계획이 먼저다.
확인할 것 ④ 경쟁률 — 준비가 결과를 바꾸지 못하는 구간
같은 단지에서 앞서 나온 사례가 참고가 된다. 2022년 전용 84㎡ 일반공급 1가구가 8억7100만원에 공급되자 3만1780명이 몰렸다. 당시에도 주변 시세 대비 낮은 가격이 흥행의 결정적 이유였다.
이번 물량은 당시보다 시세 격차가 더 벌어져 있고 청약통장 요건도 없다. 신청자 수가 그때를 웃돌 가능성이 있다. 다만 추첨제이므로 경쟁률이 곧 당첨 확률이며, 수만 대 1 구간에서는 준비의 정교함이 결과를 바꾸지 못한다. 통제 가능한 변수는 신청 자격 충족 여부와 자금 계획뿐이다.
정리 — 넣기 전 점검 순서
무순위 청약을 검토한다면 순서는 이렇게 잡는 편이 합리적이다.
- 자격 — 모집공고일 기준 서울 거주, 세대 전원 무주택 요건을 등본으로 확인
- 자금 — 계약금 약 3억원을 발표 후 일주일 내 조달 가능한지 먼저 계산
- 기회비용 — 향후 10년간 다른 청약 계획이 있는지, 세대원의 1순위 제한 5년이 미칠 영향
- 보유 조건 — 거주의무 3년을 실제로 이행할 수 있는 생활 여건인지
무순위 청약은 가점이 낮은 무주택자에게 열려 있는 몇 안 되는 통로다. 동시에 되돌리기 어려운 선택이기도 하다. 차익의 크기보다 그 차익을 얻기 위해 내주는 시간의 길이를 먼저 계산하는 편이 낫다.
본 기사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투자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청약 자격, 제한 사항, 대출 조건은 개별 상황과 제도 변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청약홈 공고문 원문과 금융기관 상담을 통해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투자 판단과 그에 따른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